한 종목에 넣었다가 크게 잃은 뒤로 종목을 열 개로 늘렸습니다. 그런데 시장 전체가 빠지는 달에는 열 개가 한꺼번에 파랗게 변합니다. 종목을 나누면 줄어드는 위험이 있고, 아무리 나눠도 줄지 않는 위험이 있습니다. 둘을 구분하면 몇 개로 나누느냐보다 무엇을 섞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보입니다.
나누면 줄어드는 위험: 한 회사에만 생기는 일
실제 종목이 아닌 계산용 예시입니다. 2,000만원을 한 종목에 넣었는데 그 회사에 사고가 나 60% 떨어지면 1,200만원을 잃습니다. 같은 돈을 서로 다른 업종의 네 종목에 500만원씩 나눴고 그중 한 종목만 60% 떨어졌다면 손실은 300만원, 계좌 전체로는 15%입니다. 한 회사의 소송, 사고, 실적 부진 같은 일은 나눌수록 전체에 주는 충격이 줄어듭니다.
나눠도 남는 위험: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일
경기 침체나 금리 급등처럼 거의 모든 주식에 한꺼번에 닥치는 일은 종목 수를 늘려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네 종목이 모두 같은 업종이라면 업종 전체의 일도 함께 겪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스무 개로 늘리는 것보다, 주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편이 계좌 전체의 흔들림을 더 줄입니다.
함께 움직이는 정도가 결과를 정합니다
두 자산이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상관관계라고 하고, −1부터 1 사이의 상관계수로 나타냅니다. 계산용 예시로 주식과 채권에 반반 넣은 계좌를 두 가지 해로 나눠 봅시다.
- 주식이 좋은 해: 주식 +20%, 채권 −2% → 계좌 (20 − 2) ÷ 2 = +9%
- 주식이 나쁜 해: 주식 −20%, 채권 +6% → 계좌 (−20 + 6) ÷ 2 = −7%
주식만 들었다면 +20%와 −20%를 오갔을 계좌가 +9%와 −7% 사이로 좁아졌습니다. 채권이 주식과 반대로 움직여 줬기 때문입니다. 만약 채권이 주식이 나쁜 해에 −5%였다면 계좌는 −12.5%로, 줄어드는 폭이 훨씬 작습니다.
분산의 효과는 개수가 아니라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정도에서 나옵니다. 함께 움직이는 자산을 여러 개 사면 흔들림은 거의 줄지 않습니다.
과거 상관관계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평소에는 따로 움직이던 자산들이 시장이 크게 불안할 때 한꺼번에 떨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모두가 현금을 찾아 팔기 때문입니다. 또 물가가 크게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약해지기도 합니다. 과거 몇 년의 상관계수는 참고일 뿐이고, 분산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비중을 정합니다.
잘된 사례만 보면 생기는 착시
"이렇게 나눠 담았더니 20년 동안 좋았다"는 사례는 대개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목과 시장으로 계산합니다. 그 기간에 사라진 회사나 크게 무너진 시장은 목록에서 빠져 있어 결과가 실제보다 좋아 보입니다. 이를 생존자 편향이라고 합니다. 특정 국가나 업종 하나만의 긴 성공 사례를 근거로 삼기보다, 어느 한쪽이 무너져도 계좌 전체가 버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봅니다.
직접 확인해 보기
자산별 목표 비중을 정하고 지금 계좌가 얼마나 벗어났는지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계산기로, 계좌 전체가 몇 퍼센트 빠졌을 때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은 손실 회복률 계산기로 확인합니다. ETF의 업종·국가별 구성은 운용사 누리집의 구성종목 정보에서 봅니다.
정리
- 종목을 나누면 한 회사에만 생기는 위험은 줄지만, 시장 전체의 위험은 남습니다.
- 분산의 효과는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을 때 커지고, 같이 움직이는 자산끼리는 작습니다.
- 과거 상관관계와 살아남은 사례만으로 계산한 성과는 위기 때 기대보다 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