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 증가, 사상 최대"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사업보고서를 열었더니 영업이익은 반토막이고, 현금흐름표에서는 돈이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세 숫자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맞는 숫자입니다. 매출, 이익, 현금은 회사의 서로 다른 면을 재기 때문에 하나만 보면 그림이 틀어집니다. 실제 기업이 아닌 가상의 회사 한결소재의 2년 치 숫자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손익계산서는 위에서 아래로 깎여 내려갑니다
손익계산서 맨 위의 매출액은 판 금액 전체입니다. 여기서 만드는 데 든 매출원가와 인건비·광고비 같은 판매비와관리비를 빼면 본업으로 남긴 영업이익이 나옵니다. 이자·환율·자산 매각 같은 영업 밖의 손익을 더하고 빼고, 법인세까지 내고 남은 것이 당기순이익입니다.
- 매출액: 1,000억원
- 영업이익: 1,000억원 − 매출원가 700억원 − 판관비 200억원 = 100억원
- 당기순이익: 100억원 − 영업외 손실 20억원 − 법인세 20억원 = 60억원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이익률은 10%입니다. 1만원어치를 팔면 본업으로 1,000원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
다음 해 한결소재의 매출은 1,200억원으로 20% 늘었습니다. 그런데 원재료 값이 올라 매출원가가 960억원, 판관비가 190억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은 1,200억원 − 960억원 − 190억원 = 50억원으로 절반이 됐고, 영업이익률은 약 4.2%로 떨어졌습니다. 더 많이 팔았지만 하나를 팔 때 남는 돈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래서 매출 증가율은 영업이익 증가율, 영업이익률과 함께 봅니다. 매출과 이익률이 같이 오르면 늘어난 매출이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매출만 오르고 이익률이 내려가면 가격 경쟁이나 원가 부담을 의심해 볼 자리입니다.
이익과 현금은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손익계산서는 물건을 넘긴 시점에 매출을 잡습니다. 대금을 석 달 뒤에 받기로 했어도 매출과 이익은 이미 잡히고, 현금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팔지 못한 재고를 쌓아 두는 데 쓴 돈도 이익에서는 바로 빠지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입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면, 한결소재의 첫해 순이익 60억원에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인 감가상각비 30억원을 더하고, 아직 받지 못한 외상 매출이 늘어난 80억원과 재고가 늘어난 40억원을 빼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0 + 30 − 80 − 40 = −30억원입니다. 장부에는 이익이 났는데 본업에서 현금은 30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잉여현금흐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공장과 설비에 쓴 돈을 빼면 잉여현금흐름입니다. 배당, 자사주 매입, 빚 상환에 쓸 수 있는 실제 여력입니다. 한결소재가 같은 해 설비에 40억원을 썼다면 잉여현금흐름은 −30억원 − 40억원 = −70억원입니다. 이 70억원은 쌓아 둔 현금을 헐거나 돈을 빌려 메웠다는 뜻입니다.
잉여현금흐름은 계산 방식이 자료마다 조금씩 달라서, 무형자산 투자까지 뺐는지 같은 기준을 확인하고 비교해야 합니다.
매출은 크기,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본업의 실력, 현금흐름은 그 이익이 실제 돈으로 들어오는지를 보여 줍니다. 셋이 같은 방향인지부터 봅니다.
좋은 실적과 질 좋은 실적
- 일회성 이익이 섞였는지. 공장이나 지분을 팔아 생긴 이익은 순이익을 크게 키우지만 다음 해에는 없습니다. 영업이익은 그대로인데 순이익만 뛰었다면 영업외 손익을 먼저 봅니다.
- 순이익과 현금흐름이 여러 해 비슷한지. 한두 해 어긋나는 것은 흔하지만, 순이익은 꾸준한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몇 년째 모자라면 외상과 재고가 쌓이고 있지 않은지 봅니다.
- 연결과 별도, 지배주주 몫. 자회사가 있는 회사는 연결 기준 숫자와 그중 모회사 주주 몫인 지배주주 순이익을 구분해서 봅니다.
직접 확인해 보기
일회성 이익을 뺀 순이익으로 1주당 이익을 다시 구해 적정주가 계산기에 넣으면, 겉보기 PER과 본업 기준 PER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매출·이익은 손익계산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설비 투자액은 현금흐름표에 있고, 둘 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서 봅니다.
정리
- 매출이 늘어도 원가와 비용이 더 늘면 영업이익과 이익률은 줄어듭니다.
- 이익은 판 시점에 잡히고 현금은 받을 때 들어오므로, 외상과 재고가 쌓이면 이익이 나도 현금은 빠져나갑니다.
- 잉여현금흐름과 일회성 이익 여부를 함께 보면 실적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