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뒤 올라온 잠정실적 공시에서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분기보다 25% 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주가는 떨어져서 시작합니다. 좋은 소식에 주가가 내리는 것 같지만, 시장은 작년 숫자가 아니라 발표 전에 이미 기대하고 있던 숫자와 결과를 비교합니다. 그 기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주가는 결과를 기대와 비교합니다
실제 기업이 아닌 가상의 회사 푸른반도체의 예입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600억원이었고, 올해 3분기에 750억원을 발표했습니다. 작년보다 25% 늘었습니다. 그런데 발표 전에 증권사들이 예상한 영업이익 평균이 800억원이었다면, 결과는 기대보다 50억원, 6.25% 낮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결과를 기대에 못 미친 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주가에는 이미 800억원 수준의 기대가 어느 정도 들어 있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년보다 이익이 줄었어도 기대보다 덜 줄었다면 주가가 오르는 날도 생깁니다. 기대보다 크게 좋은 결과를 어닝 서프라이즈, 크게 나쁜 결과를 어닝 쇼크라고 부릅니다.
기대치를 모은 숫자: 컨센서스
컨센서스는 여러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예상한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EPS를 모아 평균 낸 값입니다. 증권사 다섯 곳이 푸른반도체 영업이익을 760억, 780억, 800억, 820억, 840억원으로 예상했다면 합계 4,000억원을 5로 나눈 800억원이 컨센서스입니다.
금융정보 업체마다 최근 몇 개월 안의 추정치만 넣는 등 기준이 달라 같은 회사라도 컨센서스 숫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발표 전 몇 주 동안 추정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면, 발표 당일 비교 기준도 그만큼 낮아져 있습니다.
회사가 직접 내는 전망: 가이던스
가이던스는 회사가 스스로 밝히는 앞으로의 실적 전망입니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률을 숫자나 범위로 제시하고, 공정공시나 실적 설명회로 발표합니다. 모든 회사가 내지는 않습니다.
실적 발표 때 이번 분기 숫자보다 가이던스 변경이 더 큰 반응을 부르기도 합니다. 이번 분기는 기대를 넘었는데 내년 매출 전망을 낮추면, 시장은 앞으로의 이익 기대를 함께 낮추기 때문입니다. 가이던스는 환율이나 원재료 가격 같은 전제가 붙으므로 숫자와 전제를 함께 읽습니다.
이익이 늘어도 1주당 몫은 줄 수 있습니다
주가는 1주 기준이라 회사 전체 이익보다 주당순이익(EPS)이 더 직접적입니다. 푸른반도체의 순이익이 10% 늘었는데 같은 기간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15% 늘었다면, EPS는 1.10 ÷ 1.15 = 약 0.957배로 오히려 약 4.3% 줄어듭니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뀐 경우도 같습니다. 기사에는 순이익 증가가 앞에 나오지만 주주 한 사람 몫은 줄어든 셈입니다.
좋은 실적과 나쁜 실적의 기준은 작년이 아니라 발표 직전의 기대치입니다. 결과, 컨센서스, 가이던스 변화, 주당 기준 숫자를 함께 놓고 봅니다.
발표 뒤 반응을 읽을 때 볼 것
- 무엇과 비교한 숫자인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직전 분기 대비, 컨센서스 대비를 섞어 쓰는 기사가 많습니다.
- 일회성 요인이 있었는지. 환율 이익이나 자산 매각 이익으로 순이익만 컨센서스를 넘었다면 영업이익을 따로 봅니다.
- 잠정실적과 확정 실적. 먼저 나오는 잠정실적은 나중에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에서 숫자가 조금 바뀔 수 있습니다.
발표 뒤 주가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를 이 숫자들로 미리 맞힐 수는 없습니다. 다만 주가가 움직인 이유를 해석할 때 무엇과 비교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집니다.
직접 확인해 보기
컨센서스 EPS를 적정주가 계산기에 넣으면 예상 PER이 나옵니다. 주가 60,000원에 컨센서스 EPS가 5,000원이면 12배이고, 추정치가 4,000원으로 낮아지면 같은 주가로도 15배가 됩니다. 잠정실적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가이던스는 공정공시와 회사 IR 자료에서 확인합니다.
정리
- 시장은 실적을 작년이 아니라 발표 직전의 컨센서스와 비교하므로, 증가한 실적에도 주가가 내릴 수 있습니다.
- 가이던스 변경은 앞으로의 이익 기대를 바꾸기 때문에 이번 분기 숫자보다 큰 반응을 부르기도 합니다.
- 회사 전체 이익이 늘어도 주식 수가 더 늘면 주당순이익은 줄어듭니다.